[칼럼] 처음과 끝이 같으려면
始勤終怠 人之常情 願愼終如始(시근종태 인지상정 원신종여시)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은 조선초기 수양대군을 세조로 만든 한명회가 성종에게 바친 글귀로 “처음에는 부지런하지만 나중에는 게을러지는 것이 사람의 성정이니, 원컨대 전하께서는 신중하기를 처음과 끝이 같게 하소서. 그렇게 하면 성군이 되고 대업을 이룰 것입니다”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말과는 다르게 처음과 끝이 너무 다른 인생을 산 사람이 한명회였습니다. 한명회는 영의정을 2번이나 하고 두 딸을 예종과 성종의 아내로 만든 절대권력자였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많아지자 성종은 한명회가 퇴임하기를 바라며 궤장(几杖. 나이 많은 공신에게 하사하는 지팡이)까지 하사했지만 퇴임하지 않고 압구정(狎鷗亭)을 지어 낙향한 척 했습니다. 그런 그를 생육신이었던 김시습은 “젊어서는 사직(社稷)을 위태롭게 하더니, 늙어서는 강호를 더럽히는구나”라고 비난했고, 결국 죽고 나서 부관참시(剖棺斬屍. 죽은 뒤 관을 쪼개어 목을 뱀)를 당하는 치욕을 겪게 됩니다. 이처럼 사람이 처음과 끝이 같은 삶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큰 일을 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과 끝이 같은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한계시록 22:13에 “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요 시작과 마침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알파와 오메가', '처음과 나중', 그리고 '시작과 끝'이라고 말씀하신 뜻은, 첫째로 종말 때에 심판주로 오신다는 뜻이고, 둘째로 초림 때 마귀에게 승리하셨듯이 재림 때도 마귀에게 승리하신다는 뜻이며, 셋째로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성도들의 끝도 승리로 끝난다는 뜻입니다. 처음과 끝이 같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처음과 끝을 아시고, 처음과 끝을 주관하시며, 처음과 끝이 같으신 예수님을 주인 삼고 순종하며 동행하면, 우리들의 처음과 끝도 동일하게 되는 것입니다.
3.1415926535로 시작되는 원주율 값을 2021년에 스위스 연구진이 62조8000억번째 자리까지 알아냈다고 합니다. 사람은 처음과 끝을 모릅니다. 그렇기에 끝이 안 좋을 확률이 높습니다. 끝을 아시고 처음같게하실 예수님과 동행하여 흔들림 없는 삶 사시길 바랍니다.
-무익한 종 박희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