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척의 당위성과 모델제시
1. 서론
한국개신교회는 세계기독교역사에서 보기 드문 탄생과 성장을 보여 주었다. 선교사가 들어오기 전에 성경이 먼저 들어 왔고, 1903년∼1907년에는 대부흥을 맞이한 바 있다. 그리고, 1960년대 공업화로 인해 도시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도시를 중심으로 한 교회개척 및 기독교 성장이 이뤄졌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1983년 5월을 기점으로 교회개척이 하향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교회 외적 요인과 교회 내적 요인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먼저 교회 외적 요인으로는 첫째로, 경제개발의 성공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절대자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인식은 줄어들고,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인식은 커졌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기독교 상류층의 부도덕이 공개되면서 기독교에 대한 인상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회 내적 요인은 첫째로, 교회개척이 경쟁적이며, 생업수단화 되어 버렸기 때문이고, 둘째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지만 교회 개척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 없이 개척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교회개척이 둔감해지고, 실패하고, 어려워졌다고 해서 교회개척을 중단해야 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만일 시골에 30여 가구가 있는 지역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연히 교회를 세우지 않겠는가? 그런데, 도시에 아파트 단지에는 몇 가구가 살고 있는가? 200-500가구 이상이 살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아파트 주변으로 교회가 여러 개의 교회가 들어서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잘못된 목적과 방법을 가지고 교회개척을 했다가 실패한 사례들을 보고 겁을 먹고 교회를 개척하지 않는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지금까지의 교회개척은 개척자가 피땀 흘려 전도해서 회심자가 모이면 교회를 세우는 단편적이고 소극적인 교회개척이었다. 그러다 보니 교회가 개척자 개인 소유화되는 경향이 많았다. 그리고 전도를 해도, 우리 교회로 올 정도로의 전도만을 한다. 즉 회중중심적으로 전도해서, 우리무리로 모으려고만 했다. 이런 식의 교회개척이 이뤄졌으니 기존 주변교회의 반대와 여러가지 어려움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진정한 교회개척이란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흩어져 하나님 나라를 섬긴 결과로 회심자가 생기고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교회 성도를 늘리기 위한 전도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방편으로의 전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건강하고도 바른 교회개척이 시도된다면 지금도 얼마든지, 교회개척은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교회개척의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올바른 교회 개척의 모델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단순히 교인을 끌어 모으고, 교단의 교세를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교회개척이 아니라, 참된 교회, 바른 교회, 개혁주의적인 교회를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교회개척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글을 통해, 나이 들어 목회지가 없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교회를 개척하는 어처구니없는 교회 개척의 상황이, 진취적이고 능력 있는 신학도들에 의해 교회가 개척되는 상황으로 바뀌기를 간절히 바란다.
2. 본론
1) 교회개척의 모델
교회 개척에 특별한 모델이란 있을 수 없다. 개척자의 성향, 지역의 상황, 개척 멤버의 성향에 따라 여러 가지 모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일정한 모델 없이 개별적으로 교회개척이 이뤄졌기 때문에 실패를 거듭한 것이다. 그래서, 교회개척의 다양한 모델들을 종합하여 정리된 모델을 제시해 주는 것이 교회 개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피터 왜그너가 제시한 [12가지의 교회개척 모델]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양식적 모델
먼저 [양식적 모델]이 있다. 양식적 모델은 하나의 지역교회가 다른 지역교회를 낳는 모든 경우들을 포함한다. 열두가지 모델 중에서 일곱가지가 이와 같은 양식적 모델의 범주에 속한다.
첫번째로, "분봉(分蜂)형 모델"이 있다. 분봉은 자(子)교회를 세우는 가장 흔한 방법이다. 이것은 지역교회의 교인들이 새로운 교회의 핵심이 되라는 격려를 받고 미리 정해진 때에 교회 개척자의 지도 아래 모(母)교회를 떠나서 새로운 교회의 창설 교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식민지화 모델(Colonization)"이 있다. 식민지화 모델은 분봉보다 헌신에 있어 철저한 형태이다. 식민지화 모델에서는 지리적으로 다른 지역에 새로운 교회가 세워진다. 그것은 핵심 교인들이 이사를 가서 목표로 삼은 지역사회 내에서 새로운 집, 새로운 직업, 그리고 새로운 학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런 교회개척의 방법이 높은 수준의 헌신을 전제로 한다고 보는 것이다.
셋째로 "입양 모델(Adaption)"이다. 사람의 입양과 마찬가지로 교회의 입양도 다른 사람이 교회를 개척했지만, 그 교회가 당신교회의 소속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 교회의 목회 철학과 목회 시스템을 희망하는 교회에 전수하여 교회가 다시 활력을 얻도록 하는 개척의 방식이다.
네째로 "분열 모델(Accidental parenthood)"이다. 교회 내에서 때때로 신학적인 문제나 인간적인 갈등, 주도권 싸움이나 우선순위에 대한 불일치 등으로 분열되어 교회가 개척된 경우를 말한다.
다섯째로 "인공위성 모델(The satellite model)"이다. 앞의 네 가지 경우의 교회개척은 새로운 교회가 모교회로부터 자율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인공위성 모델은 의도적으로 새 교회가 불완전한 자율성만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새 교회는 계속적으로 모 교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다. 때때로 그런 교회들은 지(支)교회라고 불려진다.
여섯째로 "다중교회 모델(Multicongregational churches)"이 있다. 다중교회를 정의하자면 몇 개의 서로 다른 그룹들에게 사역하는 교회이다. 적절하게 운영할 수만 있다면 이런 교회들은 많은 소수민족들이 지리적으로 인접한 지역에 살고 있는 도시지역에서 대단히 효과적이다. 어떤 다중 교회들은 단지 시설만 공유하고 각자 자율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곱째로, "복수 캠퍼스 모델(The multiple campus model)"이 있다. 이는 동일한 협력자에 의해서 인도되고, 하나의 교인 명부와 하나의 예산을 가진 하나의 교회가 두 곳 이상의 교회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매주 두 곳 이상의 장소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다. 이 모델은 대부분이 분리된 교회를 끝날 경우가 많다.
(2) 조합적 모델
양식적 모델이 지역교회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조합모델]은 지역교회 밖에 있는 별개의 기관에 초점을 맞춘다.
여덟째로 "선교팀 모델"이 있다. 교회를 개척하는 기관이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는 방법 중에서 매우 흔한 방법은 팀의 사역자들을 모집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 선교팀 모델이란 개척 팀을 구성하고 예산을 편성해서 일정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게 하는 모델을 말한다.
아홉째로 "촉매적 교회 개척자 모델(The catalytic church planter)"이 있다. 하나님께서는 특별한 사람들을 부르셔서 촉매적 교회 개척자의 은사를 주신다. 그들의 사역은 새로운 지역으로 들어가서 새로운 교회를 위한 핵심 교인들을 양성한 후 다시 이주하여 그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렇게 바울과 같이 촉매적 교회 개척자를 통해 교회를 개척하는 모델이 촉매적 교회 개척자 모델인 것이다.
열번째로 "설립목사 모델"이 있다. 핵심 교인들이 교회를 구성하게 되면 노회 같은 기관에서 설립목사를 파송해서 개척되는 교회모델이다. 설립목사는 어떤 경우에는 평생을 사역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다른 사역자에게 자발적으로 비켜 주기도 한다.
열한번째로 "독립적인 교회개척자 모델(The independent church planter)"이 있다. 독립적인 교회개척자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서 나간다. 그들은 어떤 교단이나 기관에서 봉사하지 않는다. 용어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이것은 독립적인 교회 개척자들이 그들 스스로 일종의 조합을 결성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조합적 모델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마지막 열두번째로 "사도적 교회 개척자 모델(The apostolic church planter)"이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인 새로운 모델이 개발되었는데, 주로 독립적인 은사운동 내부에서 발전되었다. 은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이다.
(3) 피터 왜그너의 '교회개척의 모델 분류'에 대한 평가
피터 왜그너는 도널드 맥가브란을 이어 교회 성장을 깊이 연구해온 학자이다. 그래서, 교회성장과 교회성장을 위한 교회개척에 식견과 간접경험이 풍부해서인지, 교회개척의 모델을 아주 이해하기 쉽고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분류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첫째로, 각 모델의 구체적인 적용방법이 설명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각 모델을 적용해 교회를 개척하려면 어떤 구체적인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한 소개를 자세히 했더라면, 교회개척에 대한 더욱 풍부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둘째로 아쉬운 점은, 각 모델의 적용결과에 대한 평가이다. 각 모델을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났고, 그 결과로 미루어 보아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모델을 통해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효과적이겠다는 언급을 해 주었더라면 더욱 가치 있는 자료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교회개척의 모델에 대해 언급한 자료가 전무한 실정에서 이 책의 12가지 교회개척 모델은 개척을 희망하고 연구하는 사람에게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2) 개혁주의 교회관
(1) 개혁주의 교회의 특징
개혁주의 교회를 세우기 위해 [개혁주의 교회의 특징]을, 허순길 박사의 '개혁해 가는 교회'를 참고로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로, 개혁주의 교회는 그리스도의 왕권 아래 사는 교회이다. 개혁주의 교회는 주께서 그의 교회의 항구적인 유익을 위해 세 가지 직분, 즉 목사와 장로와 집사를 세워주셨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직분 사이에는 상하의 구별이 없고 직임의 구별만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목사와 장로는 그리스도의 뜻을 따라 봉사할 뿐, 부적절한 권위행사는 자제해야 한다. 둘째로, 개혁주의 교회는 진지한 말씀의 강단을 가진 교회이다. 강단에서 하나님 말씀과 예수그리스도의 복음만이 진지하게 전해져야 한다. 세째로 개혁주의 교회는 성례에 성실한 교회이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이 은혜를 받아 누릴 수 있는 두가지 방편을 주셨는데 그것은 말씀과 성례이다. 교회는 충실한 말씀의 증거 뿐 아니라, 성실한 성례의 집행도 해야 한다. 참교회는 이 두가지 중 어느 하나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네째로, 개혁주의 교회는 소외당하는 자가 없도록 돌보는 교회이다. 개혁주의 교회들은 목사가 그리스도의 선지자적 말씀 증거의 직분을, 장로가 그리스도의 왕적인 다스리는 직분을, 집사는 그리스도의 대제사장적인 자비의 직분을 받들고 있다고 본다. 집사의 가장 중요한 직책은 재정 뿐 아니라 자비의 봉사, 곧 구제임을 명심하고, 구제에 힘써야 한다. 다섯째로, 개혁주의 교회는 거주지 중심의 교회생활을 하는 교회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교회생활에 큰 혼선을 빚고 있다. 큰 도시의 동쪽 첨단에 사는 신자가 수십킬로 떨어진 서쪽 첨단에 있는 교회로 출석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신앙생활이 건전하게 자라갈 수 없다. 교회는 어머니 품으로 삼고 사는 신앙생활은 교회를 가까이 둠으로 가능하다. 여섯째로 개혁주의 교회는 받은 은사로 즐거이 봉사하는 교회이다. 교회는 봉사를 기본으로 하는 공동체이다.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그리스도가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함이니라"고 하셨다.(막10:45) 그러므로 교회 봉사자는 보수를 바라지 않고 순수하고 기쁜 마음으로 봉사에 임해야 한다. 마지막 일곱째로 개혁주의 교회는 주일을 온전히 섬기는 교회이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려는 노력이 오늘날 교회생활에서 흐려져 가고 있다. 풍요해져 가는 물질문화 생활이 주일의 생활을 더욱 속화시키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여가의 즐거움"을 달라고 부르짓고 있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킨다고 해서 예배 이외의 모든 다른 일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를 위한 의미에서 가벼운 오락이나 가족과의 외출, 신자 집의 방문은 가능하다. 그러나 육신적 쾌락의 일을 위한 놀이와 오락은 주일에 할 수 없다. 그것은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 허순길 박사의 '개혁주의 교회의 특징'에 대한 평가
다년간 개혁교회에서의 목회경험을 토대로 '개혁주의 목회와 생활', '개혁해 가는 교회'등을 집필한 허순길 박사의 개혁주의 교회에 대한 견해는, 간단하면서도 실제적으로 잘 정리된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말씀, 성례, 구제, 봉사, 권징 등 개신교회의 필수요소들을 모두 언급하면서도 개혁주의 교회가 각각의 요소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어, 개혁주의 교회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된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요즘 개신교회들이 교회성장, 부흥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 속에서, 그리스도의 왕권이 살아있고, 말씀이 중심이 되며, 주일을 거룩히 지키고, 성례와 권징을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목회성공'이라는 화두를 쫓아 달려가는 현대 한국개신교회들과 차별화되는 바른 교회의 표본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3) 개혁주의 교회개척 적합한 모델 : 독립적 교회개척자 모델
위 "열두가지 교회 개척의 모델"과 "개혁주의 교회관"을 고려하여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개혁주의 교회개척에 적합한 모델은 열한번째 [독립적 교회개척자 모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대체적으로 모교회의 지원을 받아 개척되는 '양식적 모델'들은 크든지 작든지 모교회의 영향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교회가 또 하나의 교회를 개척할 때에는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개척하기 마련이다. 개척목회자나 개척 성도들이 추구하는 교회관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인정해 주는 교회는 없다. 그러므로 개혁주의 교회관을 철저히 도입하도록 지원해 주는 모교회를 만나지 않는 한 '양식적 모델'중의 한 모델로 개혁주의 교회를 개척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조합적 모델' 중 '독립적 교회개척자 모델'을 선택하게 되었다.
둘째로, 사람을 모아 교회를 개척하는 '조합적 모델'의 교회개척이라 해도, 개척맴버의 의견에 따라 전혀 다른 교회가 탄생할 수 있다. '선교팀 모델', '설립목사 모델', '촉매적 교회개척자 모델', '사도적 교회개척자 모델'로는 교회론을 통합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불분명한 교회관을 가지고 일단 출발을 해서 의견을 모아 가거나, 보편적인 교회의 모습을 닮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철저하게 개혁주의 교회관을 바탕으로 바른 교회를 만들고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독립적 교회개척자 모델'이 적용하기 가장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모델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4) 개혁주의 교회개척 순서
(1) 개척 목회자의 준비기
교회개척의 성패는 개척 목회자의 지도력에 크게 좌우된다. 지도력, 리더쉽은 보통 하나님이 태어날 때 달란트로 주시거나 성장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막상 리더쉽이 필요하다고 해서 금방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도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족한 지도력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야 한다.
그래서, 개혁주의 개척교회를 꿈꾸는 목회자라면 자신의 그릇을 넓힐 필요가 있다. 아무리 우물물이 콸콸 쏟아져도 소주잔에는 소주잔만큼의 물만 담을 수 있다. 학문적으로나 인격적으로, 행정, 조직적으로 자신의 그릇을 키울 수 있을 만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목회자 자신이 자신의 그릇을 키우려는 노력이 있을 때, 그 노력을 하는 그 순간이 바로 개혁주의적인 개척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는 발판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개척 목회자가 학문, 인격, 행정, 조직력만을 갖춘다고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이것들 보다 더 중요한 한가지, 바로 '개혁주의적인 목회철학'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 교회를 개척하고자 하는지, 어떤 방법과 과정으로 개척하여서, 종국에 어떤 교회로 이끌어 가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목회 철학의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계획하지 않고 교회를 개척하는 것은 실패할 것을 예상하고 개척하는 것과 같다고 피터 왜그너는 말했다.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성도를 행복하게 하며, 지역 이웃을 사랑하여,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하는 교회를 건설해야겠다는 개혁주의적인 목회철학으로 준비되어 있을 때 개혁주의적인 교회개척은 가능해 진다.
(2) 핵심교인 구성
개혁주의적인 교회개척을 위해서는 목회자가 강력한 지도력이 바탕이 된 학문, 인격, 행정, 조직력을 갖추고, 목회철학을 갖추었다면, 목회자를 존경하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이탈하지 않을 사람, 목회자의 목회철학에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부분이 개혁주의적인 교회개척에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교인도 없이 교회를 개척하고 전도해서 교회를 운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에는 개척 목회자의 목회 철학대로 교회가 개척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전도되어 오는 사람이 개척 목회자의 목회철학을 100% 받아들이고, 순종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서 쫓아 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혁주의적인 개척교회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척 목회자를 신뢰하고 순종할 수 있고, 개척목회자의 목회철학을 이해하고 동조하는 핵심 교인들과 함께 교회를 개척해야 한다. 이런 일이 쉽게 이뤄지겠는가? 이런 부분에서 성령의 오묘한 능력이 역사하는 것이다. 소명을 받아 교회를 개척하게 된 개척 목회자라면 하나님은 반드시 핵심 교인을 붙혀 주실 것이다. 그리하여, 원(原) 뜻을 잃어버리지 않고 개혁주의적인 교회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켜 주실 것이다. 이 부분은 주님의 주권적인 역사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개혁주의적인 교회 개척이 일반 교회개척이나 사회에서 하는 시장개척의 원리대로 돌아간다면 하나님이 낄 자리가 없지 않은가? 하나님은 분명 참 교회를 세우는 대에 간섭하신다. 만일 사울처럼 성급하여 그 간섭을 기다리지 못한 체 인간적인 방법으로만 교회를 세워 나갔다면 그 교회는 시작부터가 참 교회에서 벗어난 교회인 것이다.
(3) 교회 위치 탐색
개척목회자의 준비와 핵심 교인이 준비되었다면, 이제는 교회가 들어설 위치를 탐색해야 한다. 이 때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로 핵심교인들과 그들을 통해 회심된 회심자의 집과 가까운 곳에, 둘째로 유동인구가 많아 선교적 활동이 용이한 지역에, 셋째로 가급적 상가에 교회를 시작해야 한다.
핵심교인의 집과 가까워야 하는 이유는 교회는 교인을 행복하게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인이 교회중심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교회를 세워야 하는 이유는 주님의 지상명령 성취를 위함이다. 교회의 생명은 전도에 있다. 전도하지 않는 교회는 죽은 교회이다. 개척교회가 개척을 했으면 전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하지만 필자는 노방전도를 통해 사람을 끌어 모으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교회를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그곳에 교회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지역, 사람이 많이 머무는 지역,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지역에는 소외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사랑을 나눠주는 것이 개혁주의 교회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명력 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일 때 교회는 의도하지 않아도 부흥하게 되고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셋째로, 상가에 교회를 세우라는 이유는, 교회가 굳이 건물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교회들은 건축 열풍에 휩싸여 있다. 그러다 보니 그 건축한 건물을 유지하느라 교회 교육기관에도 투자하지 못하고, 이웃과 선교에 재정을 집행하지도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가에 있으면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다. 건물의 용도 때문에 걱정할 필요도 없고, 건물 보수, 운영비용을 걱정할 필요도 없으며, 재정을 현명하게 지출할 수 있게 된다. 만일 교인이 상가가 감당치 못할 정도로 성장하면 어찌하겠는가? 그럴 때를 대비해서 분립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4) 개혁주의 교회의 운영
이런 과정을 통해 개척된 교회는 개척 후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성도들의 맴버쉽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냥 쉽게 들어왔다 쉽게 나가는 맴버쉽이 아니라, 철저한 심사를 통한 '세례식'으로 어렵게 교회의 멤버쉽을 획득하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적절한 '치리'를 시행하여, 견고한 맴버쉽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교회의 순수성을 지킬 필요가 있다.
둘째로, 일하는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요즘 같이 일부 헌신자들에게만 봉사가 편중된 교회는 건강하지 못한 교회이다. 각 성도가 교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한가지씩 자신의 은사에 맞게 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봉사는 복음전도와 관련된 봉사여야 한다. 성격이 외향적이고 복음의 열정이 불타는 사람은 밖에서 직접적으로 이웃을 전도하고, 성격이 소극적인 사람이라면 교회 내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복음과 관련된 직분으로 봉사해야 한다.
세째로 교인이 행복한 교회 운영이 되어야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회에 붙잡아 두는 식의 교회 운영은 지양되어야 한다. 특정 기관이나 예배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성도가 주일을 축제가운데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주일날만큼 새벽기도를 하지 않고, 9시에 유초등부와 중등부 예배를 드리고, 10:30에 고등부부터 장년 모두가 참가하는 대예배를 드리고, 점심 식사 후 각 기관별로 친교의 시간과 교리공부를 하고, 오후 예배를 끝으로 성도들이 흩어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평일에도 성도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도록, 학생들을 위한 공부방 운영이나, 성인들을 위한 강좌, 취미교실 등을 운영할 때 교인들은 그 교회에서 영적, 육적 만족을 동시에 누리게 되는 것이다.
넷째로, 개혁주의 개척교회는 말씀중심이 되어야 한다. 기존 교회는 말씀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가? 주일 낮 예배 설교 이외에 말씀만을 위한 시간이 얼마나 있는가? 개혁주의 개척교회는 강단 설교 뿐 아니라, 교리 공부, 성경강좌 등을 통해 성경을 깊이 있게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성도로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평일에서부터 주일에 이르기까지, 하나님께 영광이요, 성도에게 행복이며,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교회운영을 할 때, 그 교회는 주변 기존 교회에서도 반가워 할 만한 아름다운 교회가 되는 것이다.
(5) 개혁주의 교회의 분립
그렇다면 개혁주의 교회는 어느 정도의 교인 수를 거느려야 하는 것일까? 이점에서 많은 교회들이 실패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회란 '목양 공동체'이다. 목자가 양을 알고 양도 목자를 알아야 하는 공동체 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교회들은 1000명만 넘어가면 담임목사 만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이는 교회가 '목양 공동체'가 아닌, '피라미드형 공동체'로 변질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주의 개척교회는 교회 설립 초기부터 분립을 전제로 하고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출석인원 200명이 넘어가면 그 때부터 개척을 준비해야 한다. 개척은 교회에서 멀리 떨어진 성도들을 중심으로, 그 지역을 관할했던 부목사나 장로를 개척사역자로 개척시켜 보내는 것이다. 개척되어 나가지만 모 교회의 목회철학과 시스템을 존중하고 가능한 한 지키겠다는 가정 하에 개척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지켜야 하는 것은 상가에서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점점 교회가 개척되어진다면 이것이야말로 참 교회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렇게 개척된 교회들끼리 모여 세미나도 하고, 체육대회도 하고, 힘을 합해 도울 곳을 돕는다면, 대형교회보다 몇 십배 훌륭한 교회가 아니겠는가?
3. 결론
피터 왜그너는, 교회개척은 전도의 열쇠이고, 주변 교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고, 불신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교회 개척은 오염되고 정화될 기회를 놓쳐 버린 교회 속에서 참 교회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결코 교회가 많은 것이 아니다. 아직도 교회는 많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몇몇 대형교회가 성도를 많이 거느리고 있는 것 보다, 200명∼500명 규모의 중소교회가 많은 것이 성도들을 건강하게 양육하는데 더 유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썩은 물을 퍼내고, 새물을 끊임없이 담아 놓아야 하는 것처럼, 끊임없는 교회개척을 통해 부패한 교회는 없어지고, 바른 교회가 계속 생기고 성장해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교회들이 개척되어야 한다.
부디, 한국의 많은 신학생들이, 젊고 유능하고 바른 교회관을 가진 신학생들이 교회개척의 사명감을 품고,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성도들이 바르게 양육되는 바른 교회, 개혁주의적인 교회를 개척하는 일에 헌신하게 되기를 바란다.
-끝-
<참고문헌>
1. 김성태, "교회개척 성장유형에 대한 역사적 조망", [목회와 신학], 1995 4월호.
2. 이신철, "복음전도와 교회개척의 당위성", [개혁신학과 교회] 2004년 17호.
3. 최현서, "교회개척의 원리와 실제적 기본 훈련 전략", [실천하는 신학] 12호.
4. 피터 왜그너, 교회개척 이렇게 하라 (Church Planting for a Greater Harvest), 편집부 옮김, 서로사랑 (2002).
5. 한경철, "오늘의 개척교회 왜 안돼는가?", [목회와 신학] 1995년 4월호.
6. 허순길, 개혁해 가는 교회, 총회출판국.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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