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를 세우지 않는 장로교회
1. 칼빈의 직분론
장로의 역할에 대해 살펴 보기 전에,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신 칼빈이 말하는 직분과 그 직분속에서의 장로의 역할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먼저 [기독교 강요]에 나타난 칼빈의 직분론을 살펴 보도록 하자.
[기독교 강요] 4권 3장에는 “교회의 교사들과 사역자들 : 그들의 선출과 직분”이란 내용이 나온다. 여기에는 칼빈의 직분론이 소개되고 있다. 우리들이 보통 알고 있고, 기독교 강요를 읽었을 때, 알게 언뜻 알게 되는 것은, 칼빈의 직분론이 3직분론, 즉 목사, 장로, 집사의 직분만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칼빈의 설교문이나, 기독교 강요 초기 문서들을 살펴 보면, 3직분에 교사가 포함된 4직분론을 주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고 칼빈 연구가들은 말한다.
칼빈이 말하는 직분의 역할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로 목사는 복음전파와 세례를 베풀었던 사도직을 상징적으로 이어받은 사람으로, 그리스도 교훈 가르치고, 성도들을 참된 경건으로 인도하며, 성례 즉 세례와 성찬을 시행하고, 권징시행을 시행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칼빈은 말한다. 그리고, 목사가 개교회를 맡아 질서를 유지할 때, 사사로이 행동하지 않고 공적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고 있다. 둘째로 장로는 감독들과 더불어 권징시행의 책임을 맡은 자로써 목사를 돕는 일꾼이라고 칼빈은 소개하고 있다. 셋째로 집사는 성실함으로 긍휼을 베푸는 자인데,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성실함으로 구제품을 나눠주고, 긍휼을 베풀어 가난한자들과, 병든 자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된 자라고 말한다. 마지막 네 번째로 교사인데, 교사에 대한 언급은 자세하지는 않고, 그저 구약의 선지자와 같은 역할로, 성경을 해석하고, 교리를 수호할 책임을 가진자라고 말하고 있다.
2. 장로의 역할
이러한 칼빈의 전통을 이어받은 장로교단은 장로교 정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대표적인 장로교단들이 어떤 헌법적 규칙을 가지고 장로를 뽑고, 임무를 맡기고 있는지 비교연구해 보았다.
먼저, 장로제도의 기원에 대해서는, 고신과 합동에서는 “율법시대에 장로가 있었음과 같이 복음시대에도 목사와 협력하여 교회에 치리하는 자를 선정하였으니 곧 치리장로이다.”라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통합과 기장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여기에서 율법시대의 장로를 언급한 것은 오늘날 장로가 율법시대의 장로의 역할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데 대표성을 가지고 리더를 돕는 역할을 한다는 포괄적 의미에서의 동질성을 가진다는 말이다.
둘째로, 장로의 권한에 대해서도, 통합과 기장에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나, 고신과 합동에서는 “설교와 교훈은 그의 전무(專務)책임이 아니나, 각 치리회에서는 목사와 같은 권한으로 제반사무를 처리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여기에서 전무(專務)책임은 1922년에는 전무(全務)로 ‘온전한 책임은 아니나’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말이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1930년 이후 부터는 ‘전무(專務)’즉 ‘오로지 책임은 아니다.’로 바꿔 놓았다.
셋째로, 장로의 자격에 대해 살펴보자. 장로의 자격은 위의 표에 기록되어져 있는데로 고신이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남자로 30-65세 사이의 무흠 7년이 경과된, 식견과 통솔력을 가지고, 떳떳한 집안의 가장으로, 성품이 좋고 복음을 잘 실천하는 자이며, 디모데전서 3:1-7의 기준에 부합하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 외 합동, 통합, 기장의 자격을 살펴보면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먼저, 나이의 제한이 없다. 그리고, 통합과 기장 같은 경우에는 여자도 장로가 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리고, 식견과 통솔력 외에 어떤 자격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이를 해석해 보건데, 고신은 신사참배를 이겨낸 교단으로 목사의 권위가 굳건함으로 파트너쉽인 장로들에게 당당하게 그들의 자격을 요구할 수 있으나, 나머지 합동, 통합, 기장은 신사참배한 목사들로 구성된 교단이기 때문에 장로들에게 많은 자격을 요구할 수 없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나 해석해 본다.
셋째로, 오늘의 중요 내용인 장로의 직무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장로의 직무 또한 옆에 있는 표를 살펴 보면 알 수 있듯이, 고신이 가장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장로는 목사와 협력해야 하고, 교인의 영적관계를 살피며, 심방하고 위로하고 교훈, 권면하며, 교인자녀들을 믿음으로 양육하고, 교인을 위해 기도하고 전도하며, 목사에게 제반사항을 알릴 직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합동, 통합, 기장에서는 대부분이 빠져 있고,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은, 목사와 협력할 것, 교인들의 영적관계를 살필 것, 교인을 권면할 것 등이다.
이것을 살펴 보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가장 개혁주의적인 교단이 어느교단인가 하는 점이다. 개혁교회의 장로는 우리 장로교단과는 약간 다른데, 직무에 있어서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런데, 개혁교회의 장로들은 일 많이 하기로 유명한 장로들이다. 그런 개혁교회의 장로의 모습과 고신의 장로의 모습이 많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는, 개혁주의를 외치고 있는 합동, 통합, 기장보다, 실질적인 현상 속에 고신이 개혁주의적인 헌법과 직무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장로를 세우지 않는 장로교회
그럼, 오늘 발표의 두 번째 주제인 “장로를 세우지 않는 장로교회”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첫째로 장로교회는 아니지만, 감리교회에서 있었던 사례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감리교회인 ‘S교회’에서는 2000년도에 목사와 장로의 다툼으로 장로 8인을 사임시키고 다시는 장로를 뽑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둘째로, 우리 교단에 있는 일산의 ‘B교회’는 장로를 세우고 당회를 구성하기는 했으나, 당회는 그져 형식적일 뿐이고, 담임목사가 혼자서 모든 것을 다 결정한다고 한다. 장로가 세명이 있으나 이 장로들은 교회의 행사. 영적사항, 권징에 관여할 수 없고, 그져 교회 행정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 졌다. 셋째로, 합신측은 장로를 세우지 않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합신측 부총회장인 송00장로는 “800여 합신 교회 중 1/4만이 장로를 세우고 있다. 교인이 100명이 넘어도 장로를 세우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그리고 송탄00교회의 박00목사는 기독개혁신보 사설에 “우리 합신교단의 많은 교회들이 장로를 세우지 않으려 한다.”고 기고하기도 했다.
4. 장로의 부재원인과 결과
끝으로, 그렇다면, 교회에서 장로를 세우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렇게 장로를 세우지 않았을 때 생겨나게되는 문제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장로를 세우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장로가 목사의 목회에 걸림돌이 되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사건건 목사의 목회사역에 간섭하고, 영적이고 교육적인 판단까지 장로가 관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행의 씨앗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는 판단 하에서 많은 장로교회의 목사들이 장로를 세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장로 부재 현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장로를 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더 이상 장로교회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현재 장로를 세우지 않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고, 장로를 세운다 해도, 헌법에 나타난 직무를 수행하는 장로가 아니라, 단지 교회의 대표자로, 감투정도로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 대단히 위험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모범정관운동을 펼치고 있는 교회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침례교, 순복음, 감리교 등 장로를 원래 세우지 않는 교단에서 이름 뿐인 장로를 세움으로 말미암아 장로교단의 장로들의 모습도 그와 비슷해져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둘째로, 이런 현상이 진행될 수록 장로교회의 근간은 흔들리게 되고, 결국 장로교회가 감독정치화 될 가능성이 농후해 지는 것이다.
장로교회에는 장로가 있어야 한다. 장로가 교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장로를 신중히 뽑지 않았거나 목사에게 문제가 있을 뿐이다. 오늘날 장로에게 문제가 있을 뿐이지, 장로직과 장로정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은 목사들은 지래 겁 먹고 장로를 세우는데 소극적이지 말고, 더욱 떳떳하고 리더쉽 있으며, 포용력 있는 목사가 되기를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끝-
<참고문헌>
1. 박병진, 교회정치통람 <전정판> (2001) 예장 총회신학연구원 출판부
2. 존 칼빈, 원광연 역, 기독교 강요 하, (2003) 크리스찬 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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