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과거-3] 발견과 방황, 그리고 성숙 (졸업, 사회생활)

주전담백 主前淡白 2005. 6. 23. 11:23

 

 

 

 

1. 쓰러지신 어머니

말년 휴가를 앞두고 있던 때였습니다. 집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는데 어머니께서 몸이 많이 편찮으시다는 겁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집에 왔는데, 어머니가 방 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괴로워 하고 계신 것입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두번을 쓰러지셨는데, X레이 촬영 결과 허파에 조금한 혹이 있는 걸로 봐서 폐암이라 진단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폐암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해 보여서 마산삼성병원에서 정밀진단을 해 보니 폐암은 아닌데 무슨 병인지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저 폐에 물이 좀 찬것 같으니 물만 빼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다가는 아무것도 안되겠다 싶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부산 고신의료원으로 모셨습니다. 그리고 입원을 시키고 "류마치즘 내과"에서 정밀검사를 받으니 "루푸스"는 부인성 희귀병에 걸리셨다는 것입니다. 루푸스는 몸의 항체를 약화시키고, 심장, 혈관, 신장 등에 들러붙어서 그 기관들의 기능을 저하시켜 호홉곤란, 당뇨, 혈액순환장애, 류마치스 관전염등을 일으키는 병입니다. 이 병은 루푸스를 다스리는 약은 나왔지만 이와 관련된 합병증을 다 막지 못해 합병증으로 죽는 병이라는 것입니다.


2. 극적인 천국행

 어머니께서는 이 병을 안고 3년을 지내셨습니다. 그렇게 건장하시고 활달하던 어머니가 병상에 3년을 계셨으니 그 마음이 오죽하셨겠습니까? 매일 눈물과 원망과 짜증으로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그러시다가 아버지와 저희들의 설득에 못이겨 교회에 등록하고 세례도 받으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몸과 6개월에 한번씩 입원해야 하는 병원비 걱정으로 신앙생활의 기쁨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단지 "내가 왜 이렇게 아파야 하냐?"라는 말만 반복하시면서 입원하실 때 마다 몸무게가 10kg씩 빠진체로 집에 돌아오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3년이 다 된 겨울, 어머니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교회에서 집으로 오는데, 어머니께서 제 허리를 꼬옥 잡으시면서 "이제는 아프지 않다. 마음이 아프지 않아. 이젠 아파도 감사할 것 같구나. 천국 가게 되니 고마워"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말을 하시고는 한달이 체 못되어서 돌아가셨습니다. 별로 슬프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그 고백이 있었기에, 어머니의 아픔이 이제는 더이상 없기에 별로 슬프지 않았습니다. 장례과정도 교회 분들이 다 해주셨고, 장지도 선산 마지막 자리에 뭍히게 되어 물질적인 부담도 지우지 않고 떠나셨습니다. 더욱이 그간 쓴 병원비가 부조로 다 들어와 떠나는 그 순간까지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일을 통해 나의 어머니가 정말 위대한 분이셨구나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글을 통해 이일을 알리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3. 사랑과 이별

 어머님의 천국행을 그래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학교에서 SFC활동을 하면서 공동체 내의 교제를 막아오던 나였기 때문에 대학때는 미팅한번 못해봤습니다. 하지만 졸업과 함께 첫사랑을 만나게 된 거죠. 1-2년은 좋았습니다. 제가 학원에서 근무하면서 수입이 생기니까 좋은 것도 많이 사줄 수 있었고, 교사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합격만 하면 선생님이 되리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졸업하는 첫해, 그리고 그리고 계속해서 두번을 떨어지자 자매의 마음이 좀 돌아선 듯 합니다. 합격하면 만나자더니 세번째 떨어진 그 해에 교회의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공부를 하는데도 계속 떨어진느 것은 하나님 뜻이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신학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니?"라고 말씀들을 하셨고 그 말을 했을 때, 결정적으로 헤어지기를 결심하더군요. 그래서 헤어지고 말았죠. 
 

4. 인간적인 마지막 몸부림

 헤어짐과 동시에 제게 남은 것은 하나도 없음을 느꼈습니다.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대학 동기들과 교회사람들은 더이상 저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도 첫사랑도 떠나고 이제 남은 것은 무기력하게 나이만 먹어가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이 답답함을 이겨보고자, 떠난 사랑을 다시 잡아보고자 1년을 학원도 그만두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루에 10시간 씩 정말 엉덩이에 곰팡이 생길 정도로 공부했습니다. 시험을 치고 예상답안과 맞춰 보니 답안도 잘 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불합격이었습니다. 참으로 참담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해볼 만큼 해 보았습니다. 이제 더이상 내가 할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이상 내 인생을 내 힘으로 할 용기도 능력도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냥 순종할 수 밖에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