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시치미 뗀 값

주전담백 主前淡白 2017. 6. 2. 17:28






우리말에 시치미 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를 아십니까? 이 말은 매 사냥의 종주국인 몽골의 지배를 받았던 고려시대 때 귀족들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매사냥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매 사냥 시 여러 마리 매가 뒤섞이게 되는데, 주인이 이름이나 주소 따위를 적어서 매의 꽁지 위의 털 속에다 매어두었던 것이 바로 [시치미]였습니다. 그런데 그 시치미를 몰래 떼고 마치 자신의 매인 양 매를 이용해 꿩이나 토끼를 사냥했던 사람들을 가리켜서 얄미운 사람이라는 의미로 시치미 뗀다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사도행전 5장에도 시치미 떼었던 부부가 등장하는데 그들의 이름은 아나니아와 삽비라입니다. 당시 초대교회에는 자신의 재산을 팔아 구제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고, 구제하는 사람들을 교인들은 크게 칭찬해 주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구제를 통해 칭찬을 받고 싶었던 부부가 아나니아와 삽비라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칭찬을 받고 싶지만 처분한 소유 전부를 드리는 것이 아까웠던 나머지, 얼마는 감춰두고 전부를 바치는 것인 양 시치미를 떼고 베드로에게 갔던 것입니다. 그런 그들의 의도를 성령의 영감을 통해 알게 된 베드로는 그들을 정죄하게 되었고, 하나님은 이 두 사람의 시치미 뗀 값으로 생명을 거둬 가시고야 말았습니다.


오늘날도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고도 시치미를 떼는 정치인 경제인들이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살면서도 내 노력과 능력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이야기하면서 시치미를 떼는 성도들도 많이 있습니다. 모든 피조물은 태양을 바라볼 때 생기를 얻게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시치미를 뗀 값은 무기력한 신앙생활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무익한 종 박희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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